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김명인 - 아들에게
    시(詩)/김명인 2015. 12. 5. 12:04


                                                                                                                                         (낭송 : 김경)

    풍랑에 부풀린 바다로부터

    항구가 비좁은 듯 배들이 든다

    또 폭풍주의보가 내린 게지, 이런 날은

    낡은 배들 포구 안에서 숨죽이고 젊은 선단들만

    황천(荒天) 무릅쓰고 조업 중이다

    청맹이 아니라면

    파도에게 저당 잡히는 두려운 바다임을 아는 까닭에

    너의 배 지금 어느 풍파 갈기에 걸쳤을까

    한 번의 좌초 영원한 난파라 해도

    힘껏 그물을 던져 온몸으로 사로잡아야 하는 세월이니

    네 파도는 또박또박 네가 타 넘는 것

    나는 평평탄탄(平平坦坦)만을 네게 권하지 못한다

    섬은 여기 있어라 저기 있어라

    모든 외로움도 결국 네가 견디는 것

    몸이 있어 바람과 맞서고 항구의 선술로

    입안 달게 헹구리니

    아들아, 울안에 들어 바람 비끼는 너였다가

    마침내 너 아닌 것으로 돌아서서

    네 뒤 아득한 배후로 멀어질 것이니

    더 많은 멀미와 수고를 바쳐

    너는 너이기 위해 네 몫의 풍파와 마주 설 것!

    '시(詩) > 김명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명인 - 물가재미식해  (0) 2016.03.16
    김명인 - 각별한 사람  (0) 2015.12.12
    김명인 - 은혼  (0) 2015.09.06
    김명인 - 기차는 꽃그늘에 주저앉아  (0) 2015.09.04
    김명인 - 후포(厚浦)  (0) 2015.08.29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