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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 틈으로
바람 들어오는 소리
추적추적 비 내리는 소리
한쪽 다리를 절면서
힘겹게 걸어오시던 날품팔이 아부지
발자국 소리
이런 저녁
꼭 상에 오르던 곤이 명란은
덕장에서 종일 지게 짐 지고 울 아부지
품값으로 받아 오신 찬거리
어두컴컴한 부엌에선 엄마 혼자서
가마솥에 명태 몇 마리 넣고 고춧가루 슬슬 뿌려
간 맞추고 파 송송 썰어 넣으면
서럽게 우러나던 국물
밥상머리에 둘러앉아
말없이 숟가락만 움직이던 식구들
평생 노동으로 구부정한 아부지 등은
점점 낙타를 닮아 가는데
그것이 애가 타서 석탄가루 덮인 항구 쪽 내려다보면
두 눈에 그렁그렁 맺혀 오던
더운 눈물방울
(그림 : 이원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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