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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밥상 위에서
쓸쓸하게 차려내는 판잣집 아침 식사
무슨 별것인가 했더니 호박잎이네
똥개네 아부지
피어나지 못한 삶처럼
여기저기 담장 밑 둘레 아무 곳에나
힘겹게 제멋대로 돋아서
사립문 곁으로 기운차게 뻗어가는 한여름 아침
신 새벽부터
부지런히 길어다 물 부어주니
여기도 탱글 저기도 탱글 청보석처럼 빛나는 호박
아름다워라 사랑이여
상 위에 올라 드디어 자태를 뽐내는
한여름의 청춘이여
가난한 밥상머리에
똥개네 온가족 둘러앉아
구수한 된장에 푹 담구었다가
도란도란 이야기꽃 피워가며 한 장씩 쌈 싸먹는
감격의 호박잎이여
(그림 : 변응경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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