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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량역은 종일 네모반듯하다.
면소지 변두리 낯선 풍경을
가을볕 아래
만판 부어놓는다.
저 어슬렁거리며 나타난 개 때문에
저기서부터 시작되는 너른 들판을,
들판에 출렁대는 누런 벼농사를
더 널리 부어놓는다. 개는
비명도 없이 사라지고,
논둑길을 천천히 걸어 나오는 저 노인네는 또 누구신가.
누구든 상관없이
시꺼먼 기차 소리가 무지막지 한참 걸려 지나간다.
요란한 기차 소리보다
아가리가 훨씬 더 큰 적막을
다시 또 적적, 막막하게 부어놓는다. 전부,
똑같다. 하루에 한두 사람,
누가 떠나거나 돌아오거나 말거나
모량역은 단단하다.
더도 덜도 말고 딱, 한 되다.
모량역 : 경상북도 경주시 건천읍 내서로 1424-21
동대구~포항간 통근열차가 2008년 1월 1일부터 폐지되면서 여객 취급이 중지되었다.
중앙선과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가 완료되면 중앙선과 동해남부선의 역이 되며,
경부고속선에서 포항방면 직결선과 동해남부선이 연결되는 신호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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