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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수 - 만금이 절창이다시(詩)/문인수 2015. 6. 16. 12:52
물들기 전에 개펄을 빠져나오는 저 사람들 행렬이 느릿하다.
물밀며 걸어들어간 자국 따라 무겁게 되밀려나오는 시간이다.하루하루 수장되는 길, 그리 길지 않지만
지상에서 가장 긴 무척추동물 배밀이 같기도 하다.등짐이 박아넣는 것인지, 뻘이 빨아들이는 것인지 정강이까지 빠지는 침묵,
개펄은 무슨 엄숙한 식장 같다.
어디서 저런, 삶이 몸소 긋는 자심한 선을 보랴.
여인네들..... 여남은 명 누더기누더기 다가온다.
흑백 무성영화처럼 내내 아무런 말, 소리 없다. 최후처럼 쿵,
트럭 옆 땅바닥에다 조갯짐 망태를 부린다.내동댕이치듯 벗어놓으며 저 할머니, 정색이다
"죽는 거시 낫겄어야, 참말로" 참말로
늙은 연명이 뱉은 절창이구나, 질펀하게 번지는 만금이다.(그림 : 성하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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