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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수 - 밝은 구석시(詩)/문인수 2015. 6. 12. 21:51
민들레는 여하튼 노랗게 웃는다.
내가 사는 이 도시, 동네 골목길을 일삼아
ㅁ자로 한 바퀴 돌아봤는데, 잔뜩 그늘진 데서도
반짝! 긴 고민 끝에 반짝, 반짝 맺힌 듯이 여럿
민들레는 여하튼 또렷하게 웃는다.
주민들의 발걸음이 빈번하고 아이들이 설쳐대고
과일 파는 소형 트럭들 시끄럽게 돌아나가고 악, 악,
세간 부수는 소리도 어쩌다 와장창, 거리지만 아직
밟히지 않고, 용케 피어나 야무진 것들
민들레는 여하튼 책임지고 웃는다.
오십 년 전만 해도 야산 구릉이었던 이곳
만촌동, 그 별빛처럼 원주민처럼 이쁜 촌티처럼
민들레는 여하튼 본시대로 웃는다.
인도블록과 블록 사이, 인도블록과 담장 사이,
담장 금 간 데거나 길바닥 파진 데,
민들레는 여하튼 틈만 있으면 웃는다.낡은 주택가, 너덜거리는 이 시꺼먼 표지의 국어대사전 속에
어두운 의미의 그 숱한 말들 속에
구석자리에, 끝끝내 붙박인 "기쁘다"는 말,
민들레는 여하튼 불멸인 듯 웃는다.만촌동 : 대구광역시 수성구 만촌동
(그림 : 한부철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