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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수 - 미루나무시(詩)/문인수 2015. 6. 12. 21:43
저 동떨어지게 키가 커 싱겁다.
산너머 오십 리 밖 기적소리도 풍향(風向)도 일단
이 나무에 먼저 감겼다 풀렸다 사윈다.
비쩍 마른 자식, 허우대 껑충한 홀아비 같다.
장마철 여러 날 거꾸로 세워놓은 마당 빗자루 같다
유행가의 느린 몸 동작 같다. 휘파람 같다.
슬 슬 동구 밖까지 걸어나가 하염없이
길쭉한 저 마음
창공엔 기러기 한 줄 그걸 또 슬쩍 건드려
우그리거나 다시 펴기도 하면서
끝 간 데까지 지켜본다.
서 있는 시간의 오랜, 먼 길 같다.(그림 : 이황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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