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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 한가운데다가 물동이를 엎으면
철봉대 옆 볼품없는 나무 쪽으로 물길이 나는 거여
폭우 때 진즉 바닥이 쓸려나갔던 거지.
생선장수도 한마리만 사는 사람한테는
값도 헐하게 받고 큰놈으로 챙겨주는 거여.
서너 마리 흥정하는 이한테는 잔챙이도 섞어 팔어.
오죽 복잡한 속사정이면 이십 리 자갈길에
고등어 한 마리만 들고 가겄나? 그렇다고
이 가게 저 가게 다니며 한 마리씩 사는 놈은
마음주머니까지 가난한 좀팽이인 거지.
가난하다는 건 비탈이 심하다는 거다.
마음 씀씀이 좋은 생선장수든
마른 땅 적시는 물길이든, 뿌리가 드러난 쪽으로
정이 쏠리는 게 순리고 이치여
(그림 : 김의창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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