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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에 한 번은 집이
장구 소리를 냈다
뜯어낸 문에
풀비로 쓱싹쓱싹
새 창호지를 바른 날이었다
한 입 가득 머금은 물을
푸―푸― 분무기처럼 골고루 뿌려준 뒤
그늘에 말리면
빳빳하게 당겨지던 창호문
너덜너덜 헤어진 안팎의 경계가
탱탱해져서
수저 부딪는 소리도
새소리 닭울음 소리도 한결 울림이 좋았다
대나무 그림자가 장구채처럼 문에 어리던 날이었다
그런 날이면 코 고는 소리에도 정든 가락이 실려 있었다.
(그림 : 이장옥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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