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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택수 - 가슴에 묻은 김치국물시(詩)/손택수 2015. 5. 7. 10:35
점심으로 라면을 먹다
모처럼만에 입은
흰 와이셔츠
가슴팍에
김치국물이 묻었다난처하게 그걸 잠시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평소에 소원하던 사람이
꾸벅 인사를 하고 간다
김치국물을 보느라
숙인 고개를
인사로 알았던 모양
살다보면 김치국물이 다
가슴을 들여다보게 하는구나
오만하게 곧추선 머리를
푹 숙이게 하는구나
사람이 좀 허술해 보이면 어떠냐
가끔은 민망한 김치국물 한두 방울쯤
가슴에 슬쩍 묻혀나 볼 일이다(그림 : 이형준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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