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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바람 속에 내가 있었다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는지 알려하지 않았으므로
어디로 가는지를 묻지도 않았다
골짜기 외딴집 툇마루에 앉아 한 아낙이 부쳐주는 파전과 호박전을 씹으며
산등성이 너머에서 십년 묵언에 들어가 있다는 한 사람을 생각했으나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바람 속에 내가 있으므로
바람의 처음과 끝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림 : 한희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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