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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승호 - 옜다, 물 한 바가지시(詩)/시(詩) 2015. 6. 22. 10:16
평소에는 뭔가, 지집애 마냥
낯간지럽기도 하고 체질에 맞지도 않아서 뭔가 말랑말랑한 말 한마디 꺼내지 못하다가
알싸한 술기운에 그것도 효도랍시고
어머니, 제발 덕분 오래오래 들판 지키셔야 되유
어머니라는 보통명사엔 뭔가 복받치는 게 있는가 말하다 보니 울컥해져,
팔십 구십까지 사시란 얘기 에두르느라 핸드폰 쥔 손 비장하게 떨리는 것이었는데
이런, 씨불알 중생을 봤나
염천에 고추 따느라 삭신이 다 녹아내리능구먼 그게 시방 늙은 에미헌티 헐 소리여
마음먹고, 효도(?)의 말 한마디 건네면서 뭔가 다감한 말씀 기대에 부풀었던 것이었는데,
아닌 밤중에 참 뒤통수 얼얼해지는 것이
소주 두 살짜리 술이 확, 깨더먼유
(그림 : 김대섭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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