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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승호 - 쌀값
    시(詩)/시(詩) 2015. 6. 22. 11:34

     

    촌에서 말이지유

    하이타이 대신 고쟁이 빨아 햇살에 헹구는 깡촌에서 말이지유

    꼭 어머니덜같이 생기셨어 칠십 여남은 된 시골 할매 서울 아들 네 댕기러 왔단 말유

    원래 어머니덜 늙어 할매 될수록 거시기를 밝히잖남유

    뭘 밝혀? 그게 아니구 아들 아들 한다구유

     

    여하튼, 이 노인네가 다섯 살 먹은 손자 고추를 보고 신통방통 얼마나 대견했던지

    아이고, 내 새끼 고추 참 잘 생겼구먼 했단 말유

    요새 다섯 살이면 소젖 먹어서 그런지 수도꼭지 빨아서 그런지 좀 까졌남유

    아, 어린것이 대뜸 한다는 소리가 할머니, 그럼 형아 꺼는? 하고 묻더란 말이지유

    그건 좀 크니까 잠지지 그럼 아빠 꺼는 큰 잠지여? 그건 좆이여 그만 물어봐

    얼결에 딸꾹딸꾹 대답하고 보니 시골 할매 며느리 옆에서 슬몃 부끄러웠던규 그만 물어봐 손사래를 치넌디

    어린것이 영악허기두 허지 그럼 할아버지 꺼는 뭐라고 해? 할아버지 꺼?

    꼭 어머니덜같이 생기셨어 할아버지 꺼는 뭐라 했겄유?

     

    …… 호호호홍, 그건 좆도 아녀

     

    삶은 감자에 옥수수 수박 한 통 빠개놓은 평상,

    쌀값 내려서 웃을 일 없다고 약 좀 한번 팔아보라는 부추김에 시답지 않게 이빨 풀어내니

    검버섯 채송화로 핀 얼굴들 단호박처럼 둥글어진다

    좆도 아닌 건 아니구 생김새가 빠진 좆같기는 허지, 늘어진 쌀값 마냥

    (그림 : 안호범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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