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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에서 말이지유
하이타이 대신 고쟁이 빨아 햇살에 헹구는 깡촌에서 말이지유
꼭 어머니덜같이 생기셨어 칠십 여남은 된 시골 할매 서울 아들 네 댕기러 왔단 말유
원래 어머니덜 늙어 할매 될수록 거시기를 밝히잖남유
뭘 밝혀? 그게 아니구 아들 아들 한다구유
여하튼, 이 노인네가 다섯 살 먹은 손자 고추를 보고 신통방통 얼마나 대견했던지
아이고, 내 새끼 고추 참 잘 생겼구먼 했단 말유
요새 다섯 살이면 소젖 먹어서 그런지 수도꼭지 빨아서 그런지 좀 까졌남유
아, 어린것이 대뜸 한다는 소리가 할머니, 그럼 형아 꺼는? 하고 묻더란 말이지유
그건 좀 크니까 잠지지 그럼 아빠 꺼는 큰 잠지여? 그건 좆이여 그만 물어봐
얼결에 딸꾹딸꾹 대답하고 보니 시골 할매 며느리 옆에서 슬몃 부끄러웠던규 그만 물어봐 손사래를 치넌디
어린것이 영악허기두 허지 그럼 할아버지 꺼는 뭐라고 해? 할아버지 꺼?
꼭 어머니덜같이 생기셨어 할아버지 꺼는 뭐라 했겄유?
…… 호호호홍, 그건 좆도 아녀
삶은 감자에 옥수수 수박 한 통 빠개놓은 평상,
쌀값 내려서 웃을 일 없다고 약 좀 한번 팔아보라는 부추김에 시답지 않게 이빨 풀어내니
검버섯 채송화로 핀 얼굴들 단호박처럼 둥글어진다
좆도 아닌 건 아니구 생김새가 빠진 좆같기는 허지, 늘어진 쌀값 마냥
(그림 : 안호범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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