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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승호 - 연적(戀敵)들시(詩)/시(詩) 2015. 6. 22. 10:13
자식들 십시일반 건축비 모아
고향 노인네 집수리를 해드렸다.어리보기 나야 문짝 하나 달은 것밖엔 없지만
아담하게 양철집 개보수하고
돼지 잡아 집들이하는 날
세류리 슈퍼를 나온 동네 노인네 서넛
가루비누 상자 같은 걸
한 개씩 들고 오는 것이었다노인네 불알친구들 늘그막엔
떡줄 사람 생각도 않는, 그래서 쌍화차만 들이켜는
양지다방 양 마담 문고리들
뭐 사올 게 있어야지, 축하 드리네
마루 끝에 한 상자씩 놓여서
더도 덜도 아닌 마음들
돼지껍데기처럼 쫀득쫀득한 마음들을
나는 무엇이라 해야 하나
평생지기 우정이라 하면 될까
곁에서 지켜보는 어머니도 마음 기꺼워
해바라기처럼 웃으시는데,
양 마담 안 불렀능감, 워째 안 뵈능 거 같은디?
어허 이 사람, 대체 양 마담이 누구여?
양지다방 간판만 뵈두 질색팔색
십 리는 돌아댕기는 사람 보구(그림 : 백중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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