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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두레상에 일곱 개 밥그릇이
선물처럼 둘러앉습니다
밥상도 없는 세간에
기꺼이 엎드려 밥상이 되셨던 어머닌
맨 나중 도착한 막내의 빈 그릇에
뜨거운 미역국을 자꾸자꾸 퍼 담습니다
어무이, 바빠가 선물도 못 사 왔심니더
뭐라카노? 인자 내, 귀도 어둡다이
니는 밥심이 딸린동 운동회 때마다 꼴찌디라
쟁여 두었던 묵은 것들을 후벼내시는 어머니
홀몸으로 감당해야 하는 비바람이 귓속을 막았는지
추억으로 가는 통로도 좁다래지셨습니다
몇 년 만에 둥근 상에 모여 앉은 남매는
뒤늦게 당도한 안부처럼 서로가 민망해도
어머니 앞에선 따로국밥이 될 수 없습니다
예전엔 밥통이 없어가 아랫목 이불 밑에 묻었지예
어데, 묻어둘 새나 있었나 밥 묵드키 굶겼으이
칠남매가 과수댁 귀지 같은 이야기를
손바닥으로 가만가만 쓸어 모으다가
가난을 밥풀처럼 떼먹었던,
양배추처럼 서로 꽉 껴안았던 옛날을 베고
한잠이 푹 들었습니다
문밖에는 흰 눈이 밤새
여덟 켤레 신발을 고봉으로 수북 덮어 놓았네요
하얗게 쏟아진 선물을 어떻게 받아얄지 모르는 어머니
아따, 느그 아부지 댕겨가신 갑따
푸짐한 거 보이, 올핸 야들 안 굶어도 되것구마이
미역국처럼 뜨끈한 목소리를 싣고
일곱 남매가 또 먼 길을 떠나는 새벽(그림 : 황영성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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