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가을 - 어떤 집시(詩)/시(詩) 2015. 6. 20. 00:48
여섯 해를 보냈지만
나이는 알 수가 없었다
초가 지붕이었고 흙벽이었고
아궁이가 방 하나를 머리에 이고 있었다
방 하나에서 아홉 식구가
밥을 먹고 노래를 부르고 꿈을 꾸었다
깊고 커다랗게만 보였던
뒤 안 우물이나 싸리나무 울타리 곁
장독대에 꽃을 톡톡 던져주던 할머니 같은 감나무
초가지붕에 턱을 걸치고 앉아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던 게으른 앞 산
하나쯤 꿀꺽 삼키고 싶었지만 잡혀주지 않던 별
토란 잎에 매달려 그네를 뛰던 이슬
뒤란에서 수근거리던 대나무 이파리들
가끔은 엄마를 슬프게 하던 어두운 소리들
-가령, 물레질이랑 호롱불이
밤새 끄덕끄덕 조는 소리라든가
약주 몇 잔의 유혹에 끼니를 팔아버린
아버지의 코고는 소리라든가-
마당 가득 지 멋대로 피고지는 사철의 꽃과 나무들도
함께 살았었다
그집을 떠나던 날부터
구멍이 뚫려버린 마음은 자꾸만 뒤를 돌아다보곤 한다(그림 : 이원진 화백)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차승호 - 꽃구경 (0) 2015.06.22 윤이산 - 선물 (0) 2015.06.20 최선남 - 갱조개 사이소 (0) 2015.06.20 이현숙 - 어머니의 사랑 (0) 2015.06.20 오봉옥 - 마지막 지하철 (0) 2015.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