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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승호 - 소주잔에 길을 묻다시(詩)/시(詩) 2015. 6. 22. 10:10
지난해 배추 농사 죽 쒀서 개 줬다고,
트랙터로 갈아엎으며 내년부터 배추 심으면 사람이 아니다 올해는 두어 두두둑 먹을 거만 심었더니밭뙈기 포기당 삼천 원 유사 이래 꿈만 같은 배추 값에 거푸 한라산 빨아대는 오씨는 농투성이다
어허, 그런 결심으로 담배나 끊으면 건강이나 좋아지지그러길래 사람은 지조가 있어야 되는 벱이여 갈아엎을 때 갈아엎더라두 초지일관, 한두 번 속는 것도 아니구 말이여
슬슬 염장 지르는 마씨도 요지부동 쌀값 앞에 논농사 재미 못 본 농투성이다
배추농사꾼 오씨나 논농사꾼 마씨나 수십 년 전 하늘 쳐다보며 기우제 지내던 자세로가격변동 바라보며 담배만 빨아대는 농투성이다
배추고 지랄이고 내년엔 뭘 심어야 된다나?
이 사람, 배추를 심을지 지랄을 심을지는
자네 앞에 소주잔 보고 물어봐야지
왜 나 보고 물어본다나?(그림 : 송태관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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