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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 광천장(場)에서 출발하는 천북행 시내버스 운전사는
버스 안에 파리가 많아 골치다.
경로우대권 한 명 탈 때마다
등짝에 무임승차로 댓 마리씩 올라타기 때문이다.
운전사가 파리채를 휘두르자 노인들이 말한다.
"그냥 놔두시게 기사 양반. 그놈들도 광천장에 왔다 가는 겨."
운전사가 대꾸한다.
"다들 데리고 타셨다가 슬그머니 떼놓구 내리시니 죽겄슈.
저번 장날 것두 다 못 잡었슈. 잘 보면 집이 것두 있을뀨.
낯익은 놈 있으면 인사들이나 나눠유."
"예끼 이 사람, 보니께 자네 등허리가 파리들한테는 아랫목이구먼.우리야 손님들인디 자네 식솔들을 면면 알 수 있간디."
(그림 : 고재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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