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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록 - 아버지의 욕
    시(詩)/이정록 2015. 6. 17. 11:59

     

     

    "운동화나 물어뜯을 놈" 어릴 적에 들은 아버지의 욕

    새벽에 깨어 애들 운동화 빨다가

    아하, 욕실바닥을 치며 웃는다

     

    사내애들 키우다보면

    막말하고 싶을 때 한두 번일까 마는

    아버지처럼, 문지방도 넘지 못할 낮은 목소리로

    하지만, 삼십년은 너끈히 건너갈 매운 눈빛으로 '개자식'이라고 단도리칠 수 있을까

     

    아이들도 훗날 마흔 넘어 

    조금은 쓸쓸하고 설운 화장실에 쪼그려 제 새끼들 신발이나 빨 때 그제야 눈물방울 내비칠 욕 한마디, 어디 없을까

    "운동화나 물어뜯을 놈"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나는

    "광천 쪽다리 밑에서 주워온" 고아인 듯 서글퍼진다

     

    "어른이라서 부지런한 게 아녀 노심초새한테 새벽잠을 다 빼앗긴 거여"

    두 번이나 읽은 조간신문 밀쳐놓고 베란다 창문을 연다

    술빵처럼 부푼 수국의 흰 머리칼과 운동화 끈을

    비눗물방울이 잇대고 있다

    (그림 : 김지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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