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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쟁이 목포홍어집
마흔 넘은 큰아들
골수암 나이만도 십사 년이다
양쪽다리 세 번 톱질했다
새우 눈으로 웃는다
개업한 지 이십팔 년
막걸리는 끓어오르고 홍어는 삭는다
부글부글,을 벌써 배웅한
할매는 곰삭은 젓갈이다
겨우 세 번 갔을 뿐인데
단골 내 남자 왔다고 홍어 좆을 내온다
남세스럽게, 잠자리에 이만한 게 없다며
꽃잎 한 점 넣어준다
서른여섯 뜨건 젖가슴에
동사한 신랑 묻은 뒤로는
밤늦도록 홍어 좆만 주물럭거렸다고
만만한 게 홍어 좆밖에 없었다고
얼음막걸리를 젓는다
얼어 죽은 남편과 아픈 큰애와
박복한 이년을 합치면,
그게 바로 내 인생의 삼합이라고
소주병을 차고 곁에 앉는다
우리 집 큰놈은 이제
쓸모도 없는 좆만 남았다고
두 다리보다도 그게 더 길다고
막걸리거품처럼 웃는다(그림 : 김주형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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