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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 - 마늘밭을 지나다시(詩)/이정록 2015. 6. 5. 01:20
마늘종에는
마늘종 송아리라는 작은 마늘통이 매달린다
위아래에, 마늘은 왜
따로따로 씨통을 만들까
땅 속 굵은 밑알과
땅 위 송아리 사이에
질긴 끈, 마늘종이 있다
살아 눈총맞다, 죽어
된장독에 처박히는 괴로운 종
햇살 쪽, 꼬리 긴
마늘종 송아리를 뽑아내야
땅 밑 육쪽마늘이 실해진다
한치 어둠도 괴로워
지상으로 퍼올렸던 젊은 날이 시들며
아랫도리 알싸해진다
하지만, 그 마늘종 송아리를 씨앗으로 묻으면
쪽 없는 한 통 되마늘을 만날 수 있다
지하로만 내려갈 수 없었던
마늘종 송아리의 나날들이, 마늘밭에 가득하다
(그림 : 신재흥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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