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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 - 씨앗 파는 여자시(詩)/이정록 2015. 6. 1. 23:50
두어 평 남짓한 아리랑 종묘사
푸짐한 그가 맞춤으로 앉아 있다
(쭉정이는 한 톨도 읎어유)
몸집으로 가을을 보여준다
신문지 조각에 씨앗을 접는,
저 두꺼비 손을 거쳐 열무가 되고
육 쪽 마늘이 터지며 김치가 버무려 진다
(속 안 썩이는 자식이 어디 있나유
그래두 그놈들 죄다 새끼 낳구
낭중엔 눈물이 뭔지도 알더래니께유)
그의 품을 지나
들판이 열리고 겨울이 풀림을
근방 비둘기며 꿩이 다 안다
(차갑게 가만 들여다보면
때깔이며 모냥이 같은 게 읎지유
그러구 흠 읎는 씨앗 읎구유
그런디 이놈들, 씨앗 틔우고
한 가지 맴으로 골똘해지면
원하는 색깔루다 기차게 남실거리지유
말 더 안 혀두 알지유)(그림 : 장현정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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