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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희 - 말복(末伏)시(詩)/시(詩) 2015. 6. 16. 13:00
계모임에서 옻닭 먹고 온 엄니
밭머리에서 게트림 길게 하고 연거푸 이를 세 번 닦았다는데,
옻 안타는 엄니 옻 잘 타는 아부지 앞에서는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고,
멀찌감치 떨어져 다니던 엄니가 뒷간 들어갔다 나온 뒤,
아부지 들어가고 똥김도 빠지지 않았는데 그 위에 쭈그려 앉았다고,
밤새 간지러움에 뒤척이다가,
자 어매 여 좀 봐봐 엉덩이 까 보여주자 거시기며 엉덩이가 벌겋게 오돌도돌 옻이 올랐다고,
니미 어떤 인간이 옻닭 처먹었느냐고 똥을 싸도 날 지나 싸지 왜 내 앞에 싸고 지랄이냐고, 옻 똥김 지대로 맞았다고
사흘 밤낮 벅벅 긁다가 세 들어 사는 집 구석구석 살폈다는데
수시로 빤쓰 속에 손 드나드는 통에 동네 아낙 여럿 낯 붉어졌다는데 한동안 대숲 뒷길로만 다녔다는데,
말도 못하고 쥐 죽은 듯 몸 사리며 가끔 아부지 빤쓰에 손 집어넣고 원하는 곳 시원하게 긁어줬다는 엄니
(그림 : 김주형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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