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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숙 - 달콤한 슬픔시(詩)/허영숙 2015. 6. 15. 23:07
아플 때는 누가 내 이마를 가만히 짚어주었으면
앓느라 뒤엉킨 마음을 감겨주고
방금 딴 솔빗으로 푸르게 빗겨주었으면
낯선 곳에 혼자 떨어져 우는 아이 달래듯
훌쩍 훌쩍 자라는 어깨를 안아주었으면
붉은 앵두 간곡하게 매달린 가지 꺾어다가
마른 입술을 달게 적셔주었으면
그랬으면 아플 때는 그랬으면
다시 너를 기다리는 일도 없이
너로 인해 들끓는 이마를 견뎌야 하는 일도 없이
울음 첩첩 쌓인 통증을 열어 갈피갈피 만져주었으면
한 생 탕진하다 돌아온 사람에게
더운 밥 지어 올리는 우둔한 아낙처럼
말없이 가만 들여다봐 주었으면
그랬으면
꼬박 열흘을 앓고 핼쑥한 웃음을 일으키면
다시 무너지지 않게 누가
내 슬픔의 이마를 달콤하게 짚어주었으면
(그림 : 김대섭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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