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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숙 - 파도의 방시(詩)/허영숙 2014. 8. 2. 16:43
누구의 손짓에 저 물길 열리고 닫히나
무창포에 와서 누운 밤
물때를 만난 파도가
서로의 산실로 돌아가는 소리 들린다
달의 인력에 떠밀려
만난 적 없는 듯 등돌려가는 마디마다
어떤 울음이 빼곡하기에 걸음이 저토록 질척거리는가
멀어진 틈의 간격을 메우며
비릿한 물 내를 품고 뜨는 섬
질펀한 그 곳에 물고기자리, 조개자리성좌가
여기가 다시 무덤인 줄 모르고 몸 던져온다
수면에 뜬 아사달의 무늬를 쫒아
물속으로 뛰어 든 아사녀의 그림자가
이루지 못한 것을 찾아 그믐달 속에 서성이는 밤
서로를 떠나서는 그곳이 감옥인 듯싶었는지
이른 새벽 흰빛을 끌고 달려오는
물소리, 물소리
서로의 내밀한 몸속으로 혀끝을 밀어 넣으면
물결 너머 또 물결이
붉은 아침을 저 먼 물금 위에 뜨겁게 띄우겠다
무창포- 충남 보령 소재. 한달에 두 차례 그믐 사리 때 바다가 열리는 곳(그림 : 송선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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