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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래소폭포 앞에 터를 잡은 물푸레나무
좁다란 목구멍에서 쏟아내는 푸념을 듣고 자라
잎 사이사이 내 비치는 그늘이 서늘하다
속까지 다그치고 다그쳐서
움츠려든 어떤 잎은 지극히 소심해졌다
기슭을 돌아오며 살점이 깎이고
흩어졌다 모였다 하는 동안
안으로 둥글게 말아두었던 말
벼랑 끝에 이르러 물은 직설적으로 쏟아낸다
그 소리를 날마다 들어야 하는 물푸레나무
희고 커다란 목소리가 넘치고도 남아
잎은 어질어질 흔들리고
밑동은 반쯤 허물어졌다
할 말 다한 물은
깊은 소沼를 이루어 새로 하늘을 품었다
그 속에 물고기도 키우고 바람도 키우는데
물푸레나무 빗살무늬 잎잎의 젖은 귀에는
흠집만 가득하다
물푸레나무를 보고 온 날 밤
누군가의 푸념을 듣고 나면
왜 그렇게 마음이 자주 허물어졌는지
파래소, 깊은 물색을 보고 알았다파래소폭포 : 울주군 신불산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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