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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순 - 기차 소리를 듣던 밤시(詩)/시(詩) 2015. 6. 12. 13:27
나는 물 속 같은 잠에서 깨어나
첨벙첨벙 세상으로 걸어나왔네
그날따라 별들은 앞다투어 담을 넘어왔고
처마 끝에 고여 있던 달빛은 빈 마당에 흩어져
내 방을 기웃거리는 별들과
밤이 깊도록 수런거렸네
창문을 열자 미끄러지듯 뒷걸음치는 어둠
잠들었던 역마살을 깨우며 밤을 건너는
덜컹거리는 기차 소리 들렸네
창 틈으로 밀려드는 오월,
그 어느 수상한 새벽의 바람 소리
나 살금살금 문지방을 넘어섰네
그때, 안방에서 들려오는
아버지의 갈라진 기침 소리
돌아보니 내 치마 한 자락
문설주에 끼어 있었네(그림 : 박태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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