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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은 - 늦은 해시(詩)/시(詩) 2015. 6. 12. 00:03
넘어갈 무렵의 해는 번쩍이는 것이 아니라
물들이는 것이다
해가 반쯤 얼굴을 숨긴 산은 주황
그 앞의 산은 붉은색으로
마을을 감싸고 도는 산은 온전히 검은색으로 만드는
황금분할
새들은 그 정경 떠메고 날고
행인들 가끔 뜨겁게 눈길 붙들리지만
우리는 알지
푸른 하늘 끌고 가면서도 해는 하나의 길
젤 큰 은사시나무 펄렁이는 잎들을 돌아
귀가하는 한 사내 어깰 다독거리는 한줄기 빛의 길
산으로부터 보낸다는 것을
박명의 어떤 기운 떠돌면서
세상엔 더 많은 적요가 필요하단 것일까
뒤따라오는 어둠 때문에 그 길 보이지 않지만
사라진 빛줄기는 아마도 우리들 자신의 바탕인 어둠
흔드는 깃발인지도 몰라
아니면 그 안에 불씨 하나 다독이는 것이겠지
하여 한 죽음이 따뜻이 덮이듯
산그늘 서서히 덮어올수록 우린
햇살의 길 우리 속에서 자라
맥을 짚으며 돋아오르는 것을 느끼지(그림 : 장복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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