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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당리 뒷산
홍수 넘쳐 물살 거친 계곡 밑으로
쪼그만 돌들
물길에 휩쓸려 떠내려 간다
노당리의 산과 들
지난 수십년의 계절과 햇빛 바람 다져넣고도
동으로 혹은 서으로 머릴 누이고
낯익은 백양나무 강아지풀 개구리 울음 뒤로 한 채
이 마을 사람들 대처로 대처로 나가듯
물살의 힘 어쩌지 못하고 떠내려 간다.
떠내려 가서
형산강 하구나 안강쪽 너른 벌판
낯선 땅에서 발붙이며
지푸라기 다른 돌들과 섞여 부대끼거나
길이 막히면
구비진 어느 구석 외진 도랑에서 비를 긋거나
구름자락 끌어 덮으며 길들여지다가
비가 오면 또 떠밀려 갈 것이다.
만났다가 혜어지고
그냥 안주하기도 하는 돌들의 행려(行旅)여.
몇몇 친숙한 식구가 떠난 뒷산 계곡의 남은 돌들
더 깊은 시름에 잠기고
세찬 여름비의 며칠이 지나고 햇빛 쨍쨍한 날
가슴에 이끼날개 달고
밤 속으로 은빛공간 열며
별이 되는 꿈을 꾸는
조약돌 몇이 얼핏 보인다.노당리 : 경상북도 경주시 안강읍 노당리
(그림 : 한형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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