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사 1
높새바람이
들풀을 비벼 먹고 있다
들풀에 벌과 나비와 유충을 섞어
썩썩 비벼 먹고 있다
메뚜기와 풀무치가 폴짝 폴짝 뛰어들어
별미에 별미를 더하고
햇살이 양념을 가미하는
그 맛깔스런 식탁을
전봇대 위의 솔개가 바라본다
남의 밥상이 마냥 즐거운
저들의
공양의 춤.
식사 2
지들끼리 한바탕 술래잡기하고
그름 뒤에서 나온 시월의 햇살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평상 위에 널린 고추로 시작해서
저수지 물을 널름널름 삼킨 다음
질펀한 들판에선
잡곡을 먹고 있다
들 한복판을 지나고 있는 자전거 바퀴살이
저들 음식에 노란 소스를 뿌리면서
식욕을 한껏 돋운다
그것도 모자라서 산으로 간다
붉은 나뭇잎만 골라 먹는다
퍼런 나뭇잎들은
멋진 후식이라도 되기 위해
꼬랑지 살랑살랑 흔들면서
바람에 아양을 떤다
빨리 알맞게 절여 달라고,'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진은 - 돌 (0) 2015.06.12 정끝별 - 속 좋은 떡갈나무 (0) 2015.06.11 이성복 - 어두워질 때까지 (0) 2015.06.11 김상현 - 편지 (0) 2015.06.10 고명자 - 감자꽃 (0) 2015.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