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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 - 어두워질 때까지시(詩)/시(詩) 2015. 6. 11. 00:10
사랑하는 일도 사람의 일이라 때로는 버겁고 힘겹게 여겨질 경우가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어디라도 멀리 떠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그 떠남은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로부터가 아니라,
그것들을 온전히 사랑하지 못하는 우리 자신으로부터의 떠남이다.
모든 떠남은 진정한 자신으로의 돌아옴을 의미한다.
떠남은 결국 사랑으로 가는 먼 길의 돌림길에 지나지 않는다.
삶은 아무리 추악한 것이라 하더라도 사랑을 감추고 있다.
삶은 사랑이다.
삶과 사랑이라는 결코 포개질 수 없는 두개의 다른 그림 사이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산다는 것은 이 두 개의 그림이 사실은 동일한 것이라는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과정에 다름아니다.
서로 다른 두 개의 나무를 접 붙이는 일,
혹은 죽은 나무에서 싹이 트기를 기다리는 일.
모든 것은 현실 속에 있다.
현실로부터 아무리 멀리 떠난다 해도,
우리는 엄마 등에 엎힌 아이처럼 현실의 품안에 있다.
울며 보채는 우리에게 어머니는 근심스레 타이르신다.
아들아, 아직은 밤이 깊지 않았다.
더 어두운 밤이 올 때까지 우리는 돌아갈 수 없단다(그림 : 김성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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