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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순 - 부레를 가진 사람시(詩)/시(詩) 2015. 6. 12. 13:25
설익은 추억의 두물머리 헤매다
새벽까지 잠을 놓치는 날
그런 밤이면 세월을 물질하며 강을
거슬러 오르는 당신이 보여요
이마에 맺힌 땀방울로 하루해를 닦아도
문갑 속엔 입술연지 감춰둔 마디 굵은 손
자식들 생일날이라야 고등어 푸른 등
쓰다듬던 그 야윈 손
나는 지금 자반고등어 한 토막 앞에 놓고
노릇노릇 구워진 등줄기 걷어내요
하얀 속살처럼 떨어져 나온 당신의 비밀
주둥이 긴 염소처럼 되새김질해요
뾰족해진 입으로 풍선을 불어볼까
새들의 푸른 입김 사려 넣어
둥둥 하늘로 떠오르고 싶어
그런데 말랑말랑한 살점 속에서
울컥 울컥 핏물이 배어나네요
내 안에 살아 있는
슬픈 어족
당신이 던진 서늘한 작살
내 푸른 등줄기에 꽂혔어요(그림 : 김우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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