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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순 - 접대의 기술시(詩)/시(詩) 2015. 6. 12. 13:29
회식은 시작됐다, 삼겹살에 소주 한 잔
지글거리는 불판 위에서 허옇게 뒤집히는 살점들
안주 집을 새도 없이 바삐 돌아가는 술잔
안주가 떨어지자 하나 둘 가면을 벗기 시작한다
꾸벅꾸벅 졸음을 삼키며 묵언수행 중인 정 과장
쉴 새 없이 문자를 날리던 방 주임은 삼십육계 줄행랑
눈치 없는 허 대리만 물 만난 고기처럼 주유천하
술고래 사장은 직원들 낯빛 살피며 독야청청
절반은 남았고 절반은 빈 자리다
이제 영원한 구원투수 김 차장이 나설 때
징징거리는 아내의 목소리 따윈 과감히 꺼버렸다
곧바로 사장 앞에 무릎을 낮춰 파테르 자세 들어간다
빈정거리는 사장의 태클을 요령 있게 차단하는 센스
아랫사람들의 투정을 가볍게 원샷으로 틀어막는 막강 입심
자기 집 전화번호야 잊든 말든 사장을 위해
콜택시 호출번호를 줄줄 꿰고 있는 신통방통 기억력
접대부 뺨치는 저 흥행보증수표를 믿어볼 일이다(그림 : 신지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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