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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끝별 - 여름 능소화시(詩)/시(詩) 2015. 6. 13. 23:31
꽃의 눈이 감기는 것과
꽃의 손이 덩굴지는 것과
꽃의 입이 다급히 열리는 것과
꽃의 허리가 한껏 휘어지는 것이
벼랑이 벼랑 끝에 발을 묻듯
허공이 허공의 가슴에 달라붙듯
벼랑에서 벼랑을
허공에서 허공을 돌파하며
홍수가 휩쓸고 간 뒤에도
붉은 목젖을 돋우며
더운 살꽃을 피워내며
오뉴월 불 든 사랑을
저리 천연스레 완성하고 있다니!
꽃의 살갗이 바람 드는 것과
꽃의 마음이 붉게 멍드는 것과
꽃의 목울대에 비린내가 차오르는 것과
꽃의 온몸이 저리 환히 당겨지는 것까지(그림 : 박민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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