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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조 - 혼자 먹는 밥시(詩)/시(詩) 2015. 6. 13. 11:58
이렇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면
어깨가 무거운 사람들이
어디 허름한 시장통 순댓집에 앉아
등이 눅눅 하도록 취하고 싶을 때가 있다
어쩌다 때늦은 식사가 서글프다 못해
각자 떠놓은 국밥 앞에서
무슨 할 말들이 많겠냐 마는
맹세코 밥상 앞에서 서럽지 않겠다고
그득한 대폿잔에 손가락을 휘휘 저어 보지만
말은 가끔씩 무너지기도 해서
슬쩍이 공깃밥 하나를 더 밀어 놓고 돌아서는
큰누님같은,
그 무너짐의 말들에 참았던 눈물이
때로는 산다는 것이 어쩌다 때늦은 밥상 앞에서
목젖이 울컥하게 메여 오는 홀로임을 아는 것이라고.(그림 : 유진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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