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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모가지를 따줬다
발모가지도 잘라줬다
뱃살도 불판 위에 올려줬다
오장육부마저 다 빼줬다
저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군상들 좀 봐,
내 마지막 자존인 대가리마저 가마솥에다 푹푹 삶아 고사상에 정중히 올려놓고
원치도 않는 뇌물을 한입 가득 물려주며 머리 조아리고 천연덕스럽게 청탁을 한다
아무런 사고도 없게 해달라구?
만복이 깃들게 해달라구?
떼돈이 굴러 들어오게 해달라구?
까라!
산 놈들이 죽은 놈 귓구멍 콧구멍까지 지폐를 꽂아가며 되지도 않는 억지를 부린다
참 염치도 없는 중생들이 어지간히도 웃긴다
빼라!
숨막혀 뒈지겠다
(그림 : 이재복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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