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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인수 - 오지 않는 절망
    시(詩)/문인수 2015. 6. 2. 00:34

     

     
    기차는 이제 아주 오지 않는다
    지금부터 막 녹슬기 시작한 철길 위에
    귀 붙여 들어보니 저 커다란 골짜기
    커다랗게 식은 묵묵부답 속으로
    계속 사라지는 꼬리가 있다


    기나긴 추억이며 고생이며 상처일지라도 결국
    망각 속으로 전부 빨려드는 것이냐
    석탄층 깊이 깜깜 쌓여 가는 것이냐
    단풍 산악이 울컥, 울컥,
    적막, 적막, 에워싸고 있다. 누구나 하관이 처지고
    키가 길쭉해지면서 쓸쓸한 곳 구절리


    발밑엔 토끼풀꽃 몇 자주색 뺨이 싸늘한가
    가을이 깊으냐, 짐짓 한 번 묻고 서지 않는 장날처럼
    떠나야 하리. 무쇠 같은 사랑
    구절리, 구절리역에다 방치해야하리


    풍장 놓인 노천에서 오래 삭으리라
    침목을 베고 누운 환지통 침묵
    뜨겁고 숨가빴던 날들은 늑골만 앙상하다
    막장이며 화전이며 벌목이며 석양에
    아흔아홉 굽이 길 구부리던 검은 기차여
    오지 않는 절망은 소리가 크지만
    그리움이어서 저물도록 시끄럽지 않다

    구절리역 : 정선선에 있는 기차역으로, 현재 열차는 정차하지 않는다. 1974년 12월 20일 보통역으로 영업을 개시하였다. 1999년 9월 무배치간이역으로 격하되었다. 2002년 8월 태풍의 영향으로 정선선의 일부가 파괴되어 운행이 중단되었다가 2004년 영업을 재개하였다. 2004년 9월 여객 취급이 중단되었으며, 2005년 6월 30일 레일바이크를 개장하였다. 현재는 아우라지역까지 운행하는 레일바이크와 정선군 관광열차인 아리아리호가 운영되고 있다. 강원도 정선군 여량면 노추산로 745(구절리 290-82)에 있다.

    (그림 : 김지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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