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천동 문화마을 골목길들은 참, 온통 애 터지게 좁아요.
그중에서도 거기 병목 같은 데 한토막은 어부바
어느 한쪽 벽에다 등을 대고
어느 한쪽 벽엔 가슴을 붙여 또 하루 비집고 들고 나야
그러니까 게걸음을 쳐야 그 어디로든 똑바로 향할 수가 있어요.
오늘 아침에도 큰길가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두 사람
몸빼 차림의 뚱뚱한 여자가
부스스한 머리, 키가 껑충한 사내더러 이죽거리며 잔뜩 눈 흘겨요.
" 술 좀 대강 쳐먹지"
" 왜, 내가 또 잠 못 들게 했나?"
게 골목, 그 통로를 경계로 둔 건너편 집과 건너편 밤중,
사내의 헛소리, 코 고는 소리에 잠을 설친 여자. 그러나 서로
기대고 업어주고 한 저 마음이
이웃 사람들을 모두 낄낄낄 웃게 하지만 너무 오랜 세월
가까운 사이는 사실,
정작 붙진 않아요. 다만, 통하지요.
감천동 : 부산광역시 사하구 감천동
(그림 : 박용섭 화백)
'시(詩) > 문인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인수 - 오지 않는 절망 (0) 2015.06.02 문인수 - 정선 가는 길 (0) 2015.05.25 문인수 - 앉아보소 (0) 2015.05.02 문인수 - 달빛동화 (0) 2015.04.15 문인수 - 성밖숲 (0) 2014.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