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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이내가 깔리는
산그늘 아래
수숫대 울타리의
두멧집
연기 속에
보일 듯 말 듯
한 점 기다림의 등불
흔들린다
여우가 할매를 업어 갔다는
옛날이야기 숨어 있는
산모롱이 돌아서면
논배미마다
멀리 비치는 달빛
십 리 밖
소쩍새 울음 너머
칡덩굴 기어가듯 기어간 들길 따라
가노라면
물거울에 어리는 여인 얼굴같이
한 점 기다림의 등불
흔들린다
이내 : 해 질 무렵 멀리 보이는 푸르스름하고 흐릿한 기운.
(그림 : 고찬용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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