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완 - 우리 옆집 그 여자시(詩)/시(詩) 2015. 5. 26. 13:03
그리하여……
그 여자 순대장사 시작했지
먼지 바람 잘 날 없는 시장바닥에
그 여자, 내장 꺼내 도마 위에 올려 놓지
그리하여……
그 여자 기름때에 절어 갔지
손도, 앞치마도, 세월까지도
순대보다 시커멓게 타버린 사랑마저
인제는 칼로 베도 아프지 않지
썰어서 팔아 버린 내장 길이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 그 여자도 모르지
논둑처럼 꾸불텅, 밭둑처럼 꾸불텅
고향까지 갈 것인가, 저승까지 갈 것인가
밤중까지 돼지창자 까뒤집는 그 여자
돼지처럼 먹고 자고, 아무렇게나 살았지
사람들께 살점 모두 발라 내주고
인제는 창자까지 썰어서 파는
순대장사 벌인, 우리 옆집 그 여자
그리하여……
그 여자, 새벽마다 식칼 쓱쓱 갈지.
(그림 : 전명덕 화백)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봉옥 - 말 (0) 2015.05.27 오봉옥 - 오래된 바위 (0) 2015.05.27 김창완 - 신기료 할아버지 (0) 2015.05.26 김창완 - 막금도(莫今島) 사공 (0) 2015.05.26 김광렬 - 그리움에는 바퀴가 달려 있다 (0) 2015.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