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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곤 - 여자만(女自灣) 갯벌시(詩)/시(詩) 2015. 5. 15. 18:07
여수 여자도엔 여자만 있네
튼실한 여자 아들 딸 쑥쑥 낳아 주듯
그 여자도(女自島) 농게 낙지 새꼬막 반지락 쑥쑥 잘 도 낳지
백구도 끼룩끼룩 넘어다보는 뻘 속
거친 손을 넣을망정
웃음이 한 주먹만 만져진다네
하기야
저 여자만큼 도란도란 섬을 아우르고
저 여자만큼 고운 노을 목도리 두르고
저 여자만큼 넉넉한 마음 또 어디 있으랴
한때 내 반쪽 비명을 안으로 삼키며 메마른 삶 건너갈 때
네가 있어 삶의 숨통이 트였고
가슴에 박힌 옹이 삭였었지
내 반쪽이 되어준 여자만
징소리처럼 퍼런 멍이 들어도
농게 빨간 발가락 세우듯 짱둥어 엄지에 놓으며
더운 세 끼 밥상 차려냈지
지금은
육자배기 가락 같은 밀물이 돌아오는 시간
컥컥 갯벌에 넘어져서
서로가 서로에게 왜 물이 드는지
무언의 몸짓 철썩이고 있다
(그림 : 한봉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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