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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림 - 빗살구름의 집시(詩)/시(詩) 2015. 5. 15. 17:53
우리 아버지는 옹기장이다
쇠소깍물 길어 마른 흙덩이 빚으면
흘러가는 햇살이 저 혼자 꿰어졌다
온몸에 구름으로 덧칠해가면서
빗살무늬가 내어 준 어느 별의 길을 따라 걷다보면
아버지 손에서 단풍들던 붉은 옹기들
바람도 숨고르며 쉬어가는 날
맨발로 걸어오던 별빛마저
깊어진 옹기 안에서 잠들곤 했다
지워져가는 아버지의 손금 그리우면
빗살을 꺼내 하나하나 들춰보라
겹겹 포개진 빗살 속에는
아득한 시간의 길이 보이고
뭉그러진 까만 손톱으로
세상 모든 꿈틀거리는 것들을 담으셨던
수많은 아버지의 아버지들이 보인다
지금 곧 고두기언덕에 가보라
잘 구워진 아버지들이
흙빛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오신다
(그림 : 안호범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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