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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관 - 민박합니다시(詩)/시(詩) 2015. 5. 16. 10:42
한 사흘 폭풍 닥쳐 섬에 남겨진 민박 손님처럼
살다 보면 종종 어쩔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그러나 자주 그런 민박 손님 신세가 되다 보면,
배 끊기기 전에 미리 섬을 빠져나가야 한다는 것쯤 알게 되는 법이지요
그럼에도 때로는 부러 섬에 남아 민박 손님이 되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얼마든지 그럴 수도 있는 일인데요,
문제는 언제나 그 민박집 주인이 되고 싶지는 않다는 겁니다
하긴 그런 경우 주인보다는 손님으로 남는 편이 더 나은 법이니까
이건 어디까지나 섬에서 태풍을 만났을 때 일입니다만,
언제까지나 인생을 손님처럼 민박할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요
엄연히 인생과 민박집은 다른 것일 테지만,
살다 보면 종종 어쩔 수 없이 어쩌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손님이 없어도 거기서 그냥 민박하는 민박집 주인처럼 말입니다.
(그림 : 유명옥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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