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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희구 - 두 손으로 부욱 찢어서 묵는 짐장뱁추짐치 잎사구 맛시(詩)/상희구 2015. 5. 10. 15:03
묻어논 짐장독 하나를 새로 헐었다고
동네 아낙, 대여섯이 대청마루 양지 쪼오에
오복히 모있다
모락모락 짐이 나는 방금 해낸
따신 보리밥이 한 양푸이
허슬허슬한 보리밥을
누리끼리한 놋숙깔에다가
북대산겉치 퍼담고는
온통 군둥내가 등청(登廳)을 하는
질쭉한 묵은 짐장뱁추집치 한 잎사구를
두 손으로 부욱 찢어서
똥구락키 따배이로 틀어
보리밥 우에다가 얹고는
뽈때기가 오볼티이겉치
미어터지두룩 아죽아죽 씹는데
그 맛이랑 기이
얼매나 기가 차던지
이때 망쿰은
사우가 꽃가매로
태야준다 캐도 싫고
늙은 배껕영감이 주착맞구로
초지역 나절도 안 되서
요대기 깔자 카는 것도
마카 기찮을 정도라 카이끼네
옛날에는 점심 나절이면 갖은 핑계를 갖다대어 이웃끼리 점심밥을 나누어 먹곤 했다. 김장 담그는 날, 된장 간장 담그는 날, 김장독 허는 날, 상추 미나리 첫 수확하는 날, 친정이나 시댁에서 특별한 먹거리를 가져온 날, 메주 끓이는 날 등 이루 셀 수 없을 정도인데 참 아름다운 우리들만의 미풍양속이라 할 수 있다.
대청마루 양지 쪼오에: 대청마루 양지 쪽에
북태산: 北泰山. 중국에 있는 높고 큰 산
등청(登廳)을 하다: 옛날 아주 높은 벼슬아치들이 관아에 등청할 때는 시윗소리도 요란할 뿐더러 갖은 풍악을 울려 주위를 떠들썩하게 했다. '등천(登天)을 하다'가 맞는 듯하나 필자가 억지로 '登廳을 하다'로 써본 말이다.
똥구락키 따배이를 틀어: 따배이는 옛날에 여인들이 머리에 무거운 것을 일 때 머리가 짓눌려서 아프지 않게 머리와 물건 사이에 짚 같은 것을 동그랗게 엮어 끼워두는 것을 말하는데 그 시절에는 밥숟가락의 밥 위에다 김치 포기를 부욱 찢어서 동그랗게 따배이처럼 돌돌 감아서 얹어 먹곤 했다.
뽈때기: 뺨
오볼티이: 어린 아기의 뺨에 포동포동 살이 오른 모습을 오볼티이 겉다고 한다.
사우가 꽃가매를 태야 준다 캐도: 사위가 처부모에게 꽃가마를 태워주는 일만큼 호사스러운 일은 없었을 것이다.
늙은 배껕영감: 늙은 남편
요대기 깔자: 잠자리를 함께 하자는 뜻
기찮을 정도: 귀찮을 정도
(그림 : 림용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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