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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희구 - 탑삭부리시(詩)/상희구 2015. 5. 10. 14:56
'아이고 야이야, 머리가 탑삭부리 겉구나
어서 가서 머리부터 깍고 온너라'
엄마가 주무이에 꼬개꼬개 여어났던 돈을 꺼내주셨는데
내가 머리 깍으로 가는 체하고 골목 끄티 가서 돈을 꺼내 밨디마는,
바로 저업데, 내가 유리 쪼가리, 헌 빙, 합째기 못 씨능 거,
백철, 알미뉴우무 겉은 폐물 조오 가주고
판 돈으로 엄마 생신날 짜장면 한 그릇 사 자시라고
디린 바로 그 돈이었다
그 돈은 내가 다 안다
돈에 이승만 대통령 사진이 있었는데
그 사진 옆에 내가 호작질해 논 기림이 있었기 때무이다
이 돈은 엄마캉 내캉 서로 주고 받고 하면서
및 바꾸째 되돌아나오는지 모리겠다
나는 탑삭부리할배가 되더라도 머리로 안 깍기로
맹세를 했다
탑삭부리: 사전에는 탑삭나룻이 난 사람을 지칭한다고 되어 있으나 대구지방에서는 아주 보기 싫을 정도로 머리털이 길게 자란 아이들을 '탑삭부리' 같다고 말한다. 그 옛날 이발 요금 한 푼이라도 아껴쓰던 시절, 어머니한테서 "야이야, 니 머리가 탑삭부리 겉다"는 말을 지겹게 들어왔다.
유리 쪼가리: 유리조각
헌 빙: 헌 병
합째기 못 씨능 거: 합째기는 마분지이니 여기서는 못 쓰는 폐박스 같은 것을 말한다.
디린: 드린
(그림 : 림용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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