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희구 - 추석대목장날시(詩)/상희구 2015. 5. 10. 14:50
갑재기 어데서 누군가가
'저게 보름달이 떴다!' 카는
고함소리가 들렸다
그카고 보이끼네
안죽 보름달은 아이고
정확히 말해서 음력 팔월 열나흔날
저녁달이 동쪽에서 떠오리는데
큼지막한 세숫대야 맹쿠로
광파이 겉은 담황색의 달이
바야르허 이제사 마악
떠오르기 시작하는 거이다
비록 팔월 열나흔날 달이지만
이제 이밤 하로만 자마
팔월 대보름달이 될 끼잉끼네
달 가세 쪼오로,
쪼매라도 비이 문 자국이 전연 없이
큼지막하고 둥구리한 것이
팔월 대보름달이나 진배없다
휘영청 밝은 담황색의
은은한 달은
군데군데 거뭇거뭇한 것이
음영(陰影)이 짙었는데
정말 계수낭구와
옥도끼가 눈에 뷔이는 거 같았다
달은 흡시 연극무대의
무대 가분데 공중에 떠서
무대 군데군데를 비추듯이
마침 추석대목장을 보고 나오는
사람들의 얼굴을
고루고루 비추어나갔는데
하나같이 그 얼굴들은
초최하고 남루한 모습들
그대로였다
먹새는 못 먹어 배고프고 여윈
입새는 못 입어 헐벗고 해진
모습 그대로였다
모도모도가
이 땅의 없이 사는 백성들
이 땅의 넉넉지 않은 민초들이었다
(그림 : 정황수 화백)
'시(詩) > 상희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희구 - 두 손으로 부욱 찢어서 묵는 짐장뱁추짐치 잎사구 맛 (0) 2015.05.10 상희구 - 탑삭부리 (0) 2015.05.10 상희구 - 대구의 봄은 (0) 2015.05.10 상희구 - 쌈 (0) 2015.05.10 상희구 - 시주구리하다 (0) 2015.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