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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곤 - 팽나무집 고추밭시(詩)/시(詩) 2015. 5. 8. 12:32
어머니는
돌덩이 같은 마당을 헐어
고운 잔디밭 한자락을 펴놓고 가셨다
한 여름이면 방아깨비가
어머니의 고역을 흉내라도 내듯
보리방아를 찧고 새끼를 쳤다
어느 날 아내는 어머니에게 사전 귀띰도 없이
잔디밭을 무단철거
고추밭 한 뙈기를 근사하게 차렸다
날마다 생고추는
붉으락푸르락 성깔을 부리며
주렁주렁 약이 차 올랐다
오늘도 아내는 어머니에게
늘 사는 방식이 야무지지 못한 애비에겐
잔디밭보다 매운 고추밭이 진짜 약이 될거라고
그렇게 아뢰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림 : 김일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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