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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형렬 - 칠게의 항변시(詩)/시(詩) 2015. 5. 6. 18:31
우리가 하늘로 혀처럼 더듬이를 흔드는 건
눈알을 돌리는 건, 물을 씻느라.
마당에 나와 몸을 씻느라.
우리가 항문을 씻으면 물이 깨끗해진다는 것이야.
바지락은 창동을, 민들조개는 이태원을
씻을 뿐, 우린 갯벌에 산다,
칠게는 칠게를 씻으며 양치질 끝없고
하늘 높이 물을 쭐떡 내뱉는다.
갯벌로
물을 마구 쳐보내는 사람들아 우리가 다 마시마.개불은 개불로 산다.
안에 들어가 혼자 살고 싶은 갈고동도 갈고동으로
살지만, 모든 희망은 아직 넋두리
겁 많고 순진한 장난기 많은 칠게야
물속 바위 틈에서 빗발을 내다보는 무늬발게야
물이 빠져 뻘을 다 마시면
햇살과 비가 함께 내리는 갯벌을
나뒹굴던 망둥어
그게 바로 남들이 우습게 보던 나였어, 나였어.(그림 : 이경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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