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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마을에는 뿌리 없는 소문이 파도처럼 들끓었다.
대낮에도 바다는 안방까지 밀고 들어와 아이의 고추를 어루만진다고 했다.
그 아이 뒷날 자라서 바다의 종이 된다고, 절대로 뭍으로는 떠나지 못할거라고 했다
갈매기들 끼룩끼룩 높이 날고, 아무도 돌아가는 바다의 뒷모습을 볼 수 없었다.
갈기 세운 파도는 밤이면 더욱 더 거칠어져 바다 한가운데서 불쑥불쑥 솟아오르는 섬들을 보았다고 했다.
더러는 섬들의 슬픈 울음소리 가 들렸다고 우기는 쪽도 있었다.
완강하게 부인하던 사람들도 밤이면 출렁이는 바다 쪽으로 귀를 세우곤 했다.
그러나 아침이면 모두가 망각 속으로 사라졌다.
부풀어오르는 해 아래서 뒤척이며 젖은 모래알들이 몸을 말리고, 바다는 긴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갯바위 사이에서 파래 속 같은 아낙들은 이마의 소금기를 닦아내고,
사내들은 검붉은 얼굴로 좀더 먼 바다를 향해 노저어 갔다.
(그림 : 이원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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