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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순미 - 청사포 사진관시(詩)/손순미 2015. 5. 2. 12:00
바다가 전용 배경인 사진관은 비어 있다
가끔 파도가 들렀다 가고 벽에는 찾아가지 않은 사진들이 유물처럼 걸려 있다
그들은 추억을 포기한 것이다
점포세가 놓인 사진관은 종일 손님이 들지 않는다
그들 삶은 다시 인화하고 싶지 않은 것일까
밀물다방 오토바이 커피 대신 레지를 날라대는 소리 포구를 밀고 간다
해의 긴 렌즈가 사진관을 포착한다활어차가 지나가고 생선장수가 지나가고 술취한 사내들이 지나가고
저녁 어스럼도 그 앞에서 포즈를 취하다가 고무대야에 얹혀 간다
어디에도 정박되지 못한 사람들이 뱃머리를 돌리며 사진관쪽을 건너다 본다
삶은 더 이상 배경이 아니다
해의 긴 렌즈가 남아 있는 빛 마저 찍어간다깜깜한 포구는 거대한 암실이다
사진관은 그 암실에 맡겨진다
밤새 현상된 풍경은 사진관에 다시 내걸린다
아무도 그 풍경을 찾아가지 않는다
청사포 :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달맞이길(달맞이고개) 아래에 있는 작은 포구이다.
원래의 한자명은 뱀‘사(蛇)’자가 들어간 청사포(靑蛇浦)였으나 언제부터인가 푸른 모래라는 뜻의 청사포(靑沙浦)로 바뀌었다.
난류와 한류가 섞이는 동해의 남쪽 끝·남해의 동쪽 끝에 있어, 옛날부터 물고기가 풍부하고 질 좋은 횟감이 많이 잡혔다.
포구의 방파제는 늘 낚시꾼들로 붐비고, 주변엔 횟집과 붕장어구이집·숯불조개구이촌이 즐비하다.
망부송(望夫松)과 해마루라는 정자도 유명하다
(그림 : 김성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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